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6월 3일)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6월 5일 자진 사퇴했다. 허철훈 사무총장도 함께 물러났다. 여야는 모두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기사는 6월 5일 오후 기준)
노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대국민 사과 회견을 열고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사태가 처음 불거진 6월 3일로부터 이틀 만이다.
"참정권이라는 국민의 소중한 권리를 침해하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6월 5일 대국민 사과)
📌 사태 발생 이틀 만의 동반 사퇴
중앙선관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선거 관리 논란으로 동반 사퇴한 것은 2022년 대선 이후 4년 만이다. 당시 노정희 전 위원장은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으로 김세환 당시 사무총장과 함께 물러났다.
노 위원장은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한 진상규명위원회를 가동해 원인과 대응 과정, 재발 방지책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조사 등 책임을 확인하는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결과에 따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회피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 전국 50개 투표소에서 용지가 모자랐다
윤재수 중앙선관위 선거정책실장은 전국 1만 4288개 투표소 중 67개소에 투표용지를 추가 배부했고, 이 가운데 실제로 용지가 부족했던 곳은 50개소(전체의 0.35%)라고 밝혔다. 용지 부족으로 잠시라도 투표가 중지됐다가 재개된 투표소는 22개소였다.
설명 그래프는 다음과 같다.
서울이 33곳으로 가장 많았고, 그중 송파구가 14곳이었다.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은 개표소 이송이 늦어지면서 46시간 만에 개표가 끝났다고 YTN은 전했다.
🧾 50%만 인쇄한 이유
이번 사태의 발단은 투표용지 인쇄량이다. 선관위는 선거일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의 100%가 아니라 일정 비율 이하로 줄여 인쇄한다. 대선·총선은 60%,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선거는 50%를 하한으로 둔다.
쉽게 말하면, 미리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선거일에 다시 투표하지 않으므로 용지를 100% 다 찍을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윤 실장은 사전투표율이 계속 오르면서 남는 용지의 회수·폐기 부담이 커진 점도 감축 인쇄의 배경으로 들었다.
문제는 투표소별 편차였다. 송파구는 사전투표율 23.3%를 반영해 전체 선거인의 약 73.3%만 인쇄했는데, 최종 투표율은 66%였다. 구 전체로는 용지가 부족하지 않았지만, 146개 투표소마다 선거일 투표자 수가 달라 일부 투표소에서 용지가 동났다. 윤 실장은 "투표용지 부족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용지를 이송하는 구체적 절차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 외부 감시 받지 않는 헌법기관
선관위가 왜 도마에 올랐는지 이해하려면 기관의 성격을 봐야 한다. 선관위는 행정부·국회·법원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 헌법기관이다. 외부 감시를 받지 않고, 선거 사무 경험이 없는 대법관이 위원장을 겸직하는 구조다.
과거에도 2022년 대선 '소쿠리 투표',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 등이 불거진 전력이 있다. 이번 사태로 단발성 조사를 넘어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나오는 배경이다.
🗣️ 여야가 동시에 국정조사·특검 거론
가장 먼저 위원장 거취를 요구한 국민의힘은 사퇴를 '꼬리 자르기'로 규정하며 긴급 국정조사를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독립 헌법기관에 대한 경찰 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조사 필요성에 공감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이해도 가지 않고 납득도 안 가는 황당한" 일이라며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페이스북에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해서라도 규명과 제도 개선을 이뤄야 한다는 입장을 적었다.
회견에서는 송파·강남·서초 등 일부 지역에 문제가 몰린 배경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윤 실장은 서울뿐 아니라 대구·경북·부산·경남에서도 부족 현상이 있었다고 답했다. 용지 제작 예산과 투표를 못 하고 돌아간 인원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드리기 어렵다"고만 했다고 오마이뉴스는 전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제도 개편론도 제기됐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헌을 통해 선관위를 일반 행정기관으로 두는 방안과, 대법관의 위원장 겸직 관행을 바꾸는 방안을 거론했다.
🔭 앞으로
선관위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진상규명위원회를 가동하고, 50% 인쇄 기준을 포함한 산정 절차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여야가 국정조사 추진에 공감대를 이룬 만큼 조사 범위와 특검 도입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추가 사실관계는 진상규명위 조사 결과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국민 사과·브리핑 (2026.6.5, 윤재수 선거정책실장) — 투표소 통계
- 연합뉴스, "'투표지 사태' 질타 쏟아진 선관위, 끝내 수장 사퇴…쇄신 수순" (2026.6.5)
- 오마이뉴스, "'용지 부족 50곳·투표 중지 22곳'…노태악 선관위원장 사퇴" (2026.6.5)
- 서울경제, "노태악 선관위원장 사퇴…'투표용지 사태 책임 통감'" (2026.6.5)
- YTN, "노태악 선관위원장 사퇴…'국민 신뢰 훼손 책임감'" (2026.6.5)
이 기사는 작성 시점 기준 정보이며, 국정조사·특검·진상규명위 조사 결과에 따라 사실관계가 추가·변동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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