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릴스에 "성공한 사람들의 아침 루틴 5가지"가 뜨면 한 번쯤 저장해두죠. 새벽 5시 기상, 찬물 샤워, 명상 10분. 며칠 따라 해보면 뿌듯한데, 몇 주 지나면 통장도 일상도 그대로예요.

여기서 이상한 점 하나. 그 리스트엔 새벽 5시에 일어나고 찬물 샤워까지 했는데 망한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빠져 있거든요. 성공한 사람만 인터뷰에 불려 나오니까요.

이 빈자리에 붙은 이름이 생존자 편향이에요. 그리고 이 착각을 80년 전에 전투기 한 무리가 통째로 보여줬어요.


✈️ 돌아온 폭격기에만 총알 자국이 있었어요

1943년, 미군은 골치가 아팠어요. 폭격기가 독일 대공포에 자꾸 떨어졌거든요. 갑옷을 덧대면 되는데, 철판은 무거워서 비행기 전체에 두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컬럼비아대학교의 통계연구그룹(SRG)에 물어봤어요. "어디에 갑옷을 대야 가장 효율적일까요?"

군은 임무에서 돌아온 비행기들을 쭉 살폈어요. 총알 자국이 날개와 동체에 잔뜩 몰려 있었어요. 엔진 쪽은 멀쩡하고요. 결론은 단순했죠. "구멍 많은 날개랑 동체를 보강하자."

그때 그룹에 있던 수학자 에이브러햄 발드(Abraham Wald)가 손을 들었어요. 헝가리에서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이었어요. 그가 본 건 정반대였어요.

자국이 없는 곳, 그러니까 엔진과 조종석에 갑옷을 대야 해요.

말이 안 되는 것 같죠. 멀쩡한 데를 보강하라니. 발드의 설명은 이래요. 우리가 본 비행기는 돌아온 비행기예요. 엔진에 맞은 비행기는 추락해서 격납고에 없어요. 날개에 구멍이 뚫려도 멀쩡히 돌아왔다는 건, 거기는 맞아도 버틸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정작 위험한 자리는 자국이 하나도 없는 곳, 맞은 비행기가 돌아오지 못한 그 자리예요.

그림 1. 돌아온 폭격기의 총알 자국 분포 개념도(가상 데이터) · 출처: A. Wald, 통계연구그룹(SRG) 메모, 1943 자국 없음 → 보강 지점 (엔진·조종석) 총알 자국 · 살아 돌아온 곳 자국 없음 · 못 돌아온 곳 자국은 날개·동체에 몰렸지만, 진짜 약점은 자국이 '없는' 엔진·조종석이에요.

군은 발드의 말을 받아들였고, 자국 없는 자리를 보강했어요. 발드가 이 추론을 정리한 건 여덟 편의 메모였고, 이 메모들은 한참 뒤인 1980년에야 미 해군분석센터(CNA)에서 정식으로 출판됐어요.

참고로 인터넷에 떠도는 그 유명한 '총알 박힌 비행기' 그림은 발드가 직접 그린 게 아니라 후대에 만든 설명용 일러스트예요. 위 그림도 같은 개념도고요.

🎯 우리가 보는 건 '이미 걸러진' 데이터예요

생존자 편향의 핵심은 한 문장이에요. 눈앞의 데이터가 무작위가 아니라, 살아남은 것만 골라낸 표본이라는 거죠. 실패한 쪽은 조용히 사라져서 우리 시야에 안 들어와요.

조금 어려운 말로 하면, 우리는 '전체'를 보는 게 아니라 '성공이라는 조건을 통과한 다음의 세상'을 보는 거예요. 이미 한 번 걸러진 화면이라 평균이 위로 끌어올려져 있어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우리 할아버지는 평생 담배 피우셨는데 90세까지 정정하셨어." 이 말 자주 듣죠. 그런데 같은 양을 피우고 60대에 돌아가신 분들은 그 자리에 안 계세요. 살아 계신 할아버지는 흡연이 안전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운 좋게 버틴 한 명일 뿐이에요.

"요즘 가전은 금방 고장 나, 옛날 거가 튼튼했지"도 마찬가지예요. 옛날 제품 중 약한 것들은 진작 버려졌고, 30년을 버틴 튼튼한 녀석만 지금 우리 집에 남아 있어요. 약한 옛날 물건은 비교 대상에서 빠져 있는 거죠.

📉 펀드 수익률이 부풀려지는 이유

이게 돈 문제로 넘어오면 꽤 커져요. 펀드 평균 수익률 통계를 떠올려볼게요. 성과가 나쁜 펀드는 중간에 청산되거나 다른 펀드에 합쳐지면서 기록이 데이터베이스에서 지워져요. 그러면 살아남은 펀드만 평균에 잡히죠.

보이는 평균 수익률=살아남은 펀드들의 수익 합살아남은 펀드 수\text{보이는 평균 수익률} = \frac{\text{살아남은 펀드들의 수익 합}}{\text{살아남은 펀드 수}}

분모와 분자에서 '망해서 사라진 펀드'가 통째로 빠진 식이에요. 그러니 숫자가 실제보다 좋게 나올 수밖에요.

얼마나 차이 날까요. 시카고대 증권가격연구센터(CRSP) 집계로, 2003년까지 10년간 살아남은 미국 주식형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8.8%였는데, 사라진 펀드까지 포함하면 7.2%로 떨어졌어요. 매년 1.6%포인트씩 부풀려진 셈이죠.

자산운용사 디멘셔널(Dimensional)이 1991~2020년 미국 액티브 주식형 펀드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해요. 살아남은 펀드만 보면 성과 지표가 연 0.6%포인트가량 과대평가됐다고 해요. 적어 보여도 30년 누적이면 무시 못 할 차이예요.

무엇을 보느냐잡히는 대상결과
살아남은 것만성공·존속한 사례평균이 높게 보임
사라진 것까지실패·청산 포함현실에 가까운 평균

🧩 성공담이 가장 잘 숨는 곳들

생존자 편향은 거창한 통계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매일 보는 화면 곳곳에 끼어 있어요.

  • 창업 신화 : "빌 게이츠도 자퇴했잖아." 맞아요. 그런데 같은 시기 자퇴하고 사업하다 사라진 수많은 사람은 책으로 안 나와요. 자퇴는 성공 비결이 아니라, 성공한 사람 중 일부의 특징일 뿐이에요.
  • 앱 별점 : 만족한 사람은 별 5개를 남기고, 실망해서 떠난 사람은 조용히 앱을 지워요. 그래서 별점은 '쓰던 사람들의 의견'으로 기울어요.
  • "옛날 노래가 명곡이지" : 그 시절에도 금방 잊힌 곡이 훨씬 많았어요. 살아남아 지금까지 들리는 곡만 명곡 후보로 남은 거죠.

💡 성공담이나 추천을 볼 때 질문 두 개만 던져보세요. "이걸 똑같이 했는데 실패한 사람은 어디 갔지?" 그리고 "이걸 안 하고도 성공한 사람은 없나?" 안 보이는 쪽을 떠올리는 순간, 화면의 평균이 한 칸 내려가요.

정리하면

생존자 편향은 비결을 따라 하는 문제라기보다, 누가 화면에서 빠졌는지 안 보는 문제예요. 돌아온 비행기의 구멍만 세면 엉뚱한 데 갑옷을 대게 되죠.

다음에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같은 글을 만나면, 발드처럼 한 번 뒤집어 보세요. 자국 없는 자리에 진짜 답이 있을 때가 많거든요. 👋


이 글은 일반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판단은 개인 상황에 따라 전문가 상담이 필요할 수 있어요.

📚 참고 자료

  • AMS, "The Legend of Abraham Wald" (Feature Column, 2016)
  • War History Online, "Statistician Abraham Wald's Counterintuitive Insight Saved Lives" (2023)
  • Vintage Aviation News, "Making Aircraft Survivable: Abraham Wald's Counterintuitive Armor Theory" (2026)
  • The Wall Street Journal / CRSP(시카고대 증권가격연구센터), "Mutual-Fund Math Puts a Sheen on Returns" — 2003년까지 10년 기준 8.8% vs 7.2%
  • Dimensional, "Why Worry About Survivorship Bias?" — 1991~2020년 액티브 펀드 알파 약 0.6%p 과대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