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투자라고 하면 보통 "한 종목에 몰빵하지 말고 여러 개로 나눠라" 정도로 이해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엔 숫자로 따져야 보이는 함정이 두 개 있어요. 하나는 위험이 단순히 평균으로 줄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종목 수를 아무리 늘려도 더는 안 줄어드는 바닥이 있다는 겁니다.
이 두 가지를 모르면 "나는 30종목이나 가지고 있으니 안전하다"고 착각하면서 정작 위험은 거의 안 줄어든 포트폴리오를 들고 있게 됩니다. 같이 계산해 봅시다.
분산투자가 줄여주는 건 수익이 아니라 흔들림
먼저 용어부터 또렷하게 잡아야 합니다.
변동성(volatility)은 자산 가격이 평균에서 얼마나 들쭉날쭉하는지를 숫자로 잰 값입니다. 보통 표준편차 (시그마)로 표현하는데, 표준편차란 값들이 평균에서 얼마나 흩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통계량이에요. 변동성이 클수록 계좌가 위아래로 크게 출렁입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두 자산을 섞으면 기대수익률은 그냥 비중대로 평균이 되지만, 변동성은 평균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수익은 손해 안 보면서 흔들림만 깎아내는 거죠. 공짜 점심에 가장 가까운 게 이 분산 효과입니다.
왜 그런지는 두 자산 포트폴리오의 분산 공식을 봐야 합니다.
두 자산을 섞으면 위험이 어떻게 계산되나
두 자산으로 짠 포트폴리오의 분산은 이렇게 정의됩니다.
기호가 많아 보이지만 하나씩 풀면 어렵지 않아요.
- : 포트폴리오의 분산. 분산은 표준편차를 제곱한 값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루트(제곱하면 그 값이 되는 수)를 씌워 로 되돌려야 우리가 아는 변동성 단위가 됩니다.
- : 각 자산에 넣은 비중. 5:5로 나누면 둘 다 0.5예요.
- : 각 자산의 변동성(표준편차).
- : 두 자산의 상관계수. 두 자산이 같이 움직이는 정도를 부터 사이 숫자로 잰 값입니다. 이면 완전히 똑같이 움직이고, 이면 서로 무관, 이면 정반대로 움직입니다.
식이 하는 일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각자의 흔들림을 더하되, 마지막 항에서 "둘이 얼마나 같이 움직이느냐()"만큼만 흔들림을 보태준다는 거예요. 같이 안 움직일수록 마지막 항이 작아지니까 전체 위험이 줄어듭니다.
숫자를 넣어 한 줄씩 계산
가정을 하나 세워 봅시다. 변동성이 똑같이 20%인 자산 두 개를 5:5로 섞는다고 할게요. 즉 , 입니다.
상관계수가 일 때를 계산해 봅니다.
마지막에 루트를 씌우면
각 자산이 20%씩 흔들리는데, 섞었더니 포트폴리오는 14.14%만 흔들립니다. 수익률 평균은 그대로인데 위험만 약 30% 깎인 거예요. 상관계수를 바꿔가며 같은 계산을 돌리면 이렇게 됩니다.
| 상관계수 | 두 자산 의미 | 포트폴리오 변동성 |
|---|---|---|
| 완전히 같이 움직임 | 20.00% | |
| 어느 정도 같이 | 17.32% | |
| 서로 무관 | 14.14% | |
| 반대로 잘 움직임 | 10.00% | |
| 완전 정반대 | 0.00% |
같은 변동성 20%짜리 둘을 섞어도, 둘의 관계에 따라 결과 위험이 0%에서 20%까지 벌어집니다. 종목을 몇 개 담느냐보다 어떤 관계의 종목을 담느냐가 위험을 결정한다는 게 식에서 그대로 드러나요.
막대 왼쪽 끝(ρ=+1)을 보세요. 상관계수가 1이면 두 자산은 사실상 한 몸이라, 섞어도 위험이 20% 그대로입니다. 서로 똑같이 움직이는 종목을 여러 개 사는 건 분산이 아니라 같은 베팅을 여러 번 하는 것과 같아요. 오른쪽으로 갈수록 둘의 관계가 느슨해지면서 위험이 깎입니다.
직관이 가장 크게 틀리는 지점
💡 종목 수를 늘리면 위험은 계속 줄어든다 — 이 직관은 일정 지점부터 틀립니다. 종목들이 서로 양(+)의 상관을 가지면, 아무리 많이 담아도 위험은 어떤 바닥 밑으로는 안 내려갑니다.
이걸 식으로 확인해 봅시다. 변동성이 똑같이 인 자산 개를 동일 비중으로 담고, 모든 쌍의 상관계수가 똑같이 라고 하면 포트폴리오 분산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여기서 은 "종목 수로 나눈다"는 뜻이고, 이 커질수록 이 항은 0에 가까워집니다. 그런데 옆에 붙은 항을 보세요. 이 아주 커지면 은 1에 가까워지니까, 이 항은 만 덩그러니 남습니다. 그래서 종목을 무한히 늘려도 분산은 0이 아니라 에서 멈춰요.
변동성 20%, 상관계수 0.3인 종목들을 무한히 모아도 포트폴리오 변동성은 가 한계입니다. 종목 1000개를 담든 1만 개를 담든 11% 아래로는 못 내려가요.
종목 수에 따라 실제로 어떻게 줄어드는지 두 경우를 나란히 계산하면 이렇습니다.
| 종목 수 | (서로 무관) | (살짝 같이) |
|---|---|---|
| 1 | 20.00% | 20.00% |
| 2 | 14.14% | 16.12% |
| 5 | 8.94% | 13.27% |
| 10 | 6.32% | 12.17% |
| 30 | 3.65% | 11.37% |
| 100 | 2.00% | 11.08% |
| ∞ | 0% | 10.95% |
보라색 곡선(ρ=0.3)이 핵심입니다. 종목을 5개 정도 담으면 위험이 꽤 빠르게 떨어지지만, 10개를 넘어가면 곡선이 거의 눕습니다. 30종목이나 100종목이나 위험은 11% 부근에서 도긴개긴이에요.
이게 분산투자의 진짜 그림입니다. 같이 움직이지 않는(가 낮은) 자산을 섞어야 위험이 내려가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종목은 수만 늘릴 뿐 위험은 못 줄여요. 흔히 말하는 "15~20종목이면 분산은 충분하다"는 경험칙도 여기서 나옵니다. 그 이상 담아봐야 곡선이 이미 누워 있어서 효과가 거의 없거든요.
위험의 바닥 는 체계적 위험이라고 부릅니다. 시장 전체가 같이 출렁이는 부분이라, 종목을 나눠도 못 없애는 위험이에요. 분산으로 깎이는 건 그 위에 얹힌 개별 위험뿐입니다.
내 계좌에서 확인하는 법
이론을 알았으니 자기 포트폴리오에 대입해 봅시다. 필요한 재료는 세 가지입니다. 각 종목의 변동성, 종목 간 상관계수, 그리고 비중이에요.
1단계 — 변동성 구하기. 증권사 HTS나 앱에서 일별 종가를 받거나, 스프레드시트에 직접 적습니다. 일간 수익률을 구한 뒤 STDEV 함수로 표준편차를 냅니다. 일간 표준편차를 연간으로 바꾸려면 거래일 수의 제곱근을 곱해요(1년 약 252거래일이면 ). 이걸 연율화라고 합니다.
2단계 — 상관계수 구하기. 두 종목의 일간 수익률 열을 놓고 CORREL 함수에 넣으면 가 바로 나옵니다. 이 숫자가 0.7, 0.8처럼 높으면 두 종목은 사실상 같은 베팅이라고 봐야 합니다.
3단계 — 점검 기준 세우기. 아래 체크리스트로 내 분산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봅니다.
- 보유 종목들의 상관계수가 대부분 0.7 이상인가? → 종목 수와 무관하게 분산이 거의 안 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 같은 업종·같은 테마에 종목이 몰려 있지 않은가? → 같은 산업은 상관계수가 높아 분산 효과가 약합니다.
- 종목 수를 20개 넘게 늘리며 "안전해졌다"고 느끼고 있지 않은가? → 곡선은 이미 누웠을 수 있습니다. 수가 아니라 관계를 봐야 합니다.
- 포트폴리오 전체 변동성을 직접 계산해 봤는가? → 위 두 자산 공식을 스프레드시트로 옮기면 비중을 바꿔가며 위험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종목 칸 수를 세지 말고 상관계수를 보라는 겁니다. 칸이 30개라도 다 같이 움직이면 분산은 환상이에요.
정리
분산투자가 위험을 줄이는 건 종목을 많이 담아서가 아니라,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을 섞기 때문입니다. 두 자산 공식의 마지막 항 가 모든 걸 말해줘요. 상관계수 가 낮을수록 이 항이 작아지고 위험이 깎입니다. 반대로 가 높으면 종목을 아무리 늘려도 위험은 라는 바닥에서 멈춥니다.
지금 할 일은 간단합니다. 스프레드시트를 열어 보유 종목들의 상관계수를 CORREL로 뽑아 보세요. 0.8짜리 종목 다섯 개를 들고 "분산해서 안전하다"고 믿고 있었다면, 그 믿음부터 숫자로 다시 확인할 차례입니다.
📚 참고 자료
- Markowitz, H. (1952). Portfolio Selection. Journal of Finance — 포트폴리오 분산·상관계수 이론의 원논문
- Bodie, Kane, Marcus. Investments — 포트폴리오 분산 공식, 체계적/개별 위험의 표준 교과서 정의
- Elton, Gruber. Modern Portfolio Theory and Investment Analysis — N자산 분산 한계 유도
- 한국거래소(KRX) 정보데이터시스템 — 종목별 가격 데이터
- 변동성 연율화(√시간 규칙), 상관계수·표준편차 정의: 표준 통계학 교과서
이 글은 투자 교육을 위한 일반 정보이며, 특정 종목 추천이나 매매 권유, 시장 전망이 아닙니다. 모든 수식과 예시는 방법론 설명을 위한 것이고, 과거 데이터나 수학적 관계가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습니다. 거래세·수수료·금리 등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수치는 본문의 예시가 아니라 증권사·국세청 등 공식 자료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아직 댓글이 없어요